CUBA 브라질의 이파네마 해변과 코파카바나 해변을 마지막으로 남미 여행이 끝났다.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도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꿈을 이룰 첫 걸음을 내딛으러 떠났다. 나는 쿠바로. 왜 쿠바를 가려고 하냐는 물음에 굉장히 흥미로운 나라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회주의, 말레꼰, 지중해, 친근한 사람들, 음악 그리고 che. 막상 처음 마주한 아바나의 첫인상은 유령도시 같았다. 휘황찬란한 빛으로 물들은 대도시에서 바로 날아왔기 때문일까. 첫 날 겁없이 새벽에 광량이 상당히 부족한 쿠바의 거리를 걸으면서 내 손목시계의 분침을 밤새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만 같았다. 햇볕은 굉장히 뜨거웠고 음악은 흥겨웠으며 어딜 가든지 새로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과의 대화로 지겨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지만 문득 한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그가 꿈꾸던 세상이 이런 세상이었을까 그의 무덤을 보고 나와서 마차택시를 이끄는 아저씨의 등짝을 보고 또 한숨이 나왔다. 처음엔 2CUP(자국민 화폐)에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던 이 아저씨는 길을 건너니까 바로 2CUC(외국인 전용 화폐. 1CUC = 24CUP)를 달라며 우겨댄다. 떠나기 전날 밤 그날 밤도 부족한 광량으로 희미하게 숨쉬고 있는 그 도시를 바라보았다. 체게바라를 싫어한다는 한 쿠바청년처럼 언젠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낼 변화의 물결이 쿠바에 올 때 다시 이 곳에 오겠노라고. 내가 섣불리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행복한 삶을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매일 진한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세시간씩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접시째로 갖다놓고 먹고 독한 시가를 펴대면서 음악이 있으면 주저 않고 몸을 맡기는 사람들. 실은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츠재
2011-07-11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