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나는 자라면서
단 한번도 어머니의 앞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남들은 쉬엄쉬엄 가는 길,
때로는 앉고 수다 떨고, 뒤돌아보면서 갔던 길을
어머니는 조금도 쉴 수 없다면서
걷고 또 걷고
나는 늘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만 보아왔다
대신 어머니는 늘 나의 쉴 자리를 만들어놓았다
한번에 걸으면 지친다고
풀숲 헤쳐 길을 만들고, 가끔은 땀 식힐 자리를 만들어놓으셨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쉬어야 무렵,
어머니는 더 빠른 걸음으로,
구름을 따라, 바람에 실려 다시 돌아오지 않으실 거라며
떠나셨다
어머니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
선자령 정상에서는 바람이 더 세차게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