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나는 당신이 만들어준 울타리 안에서
단 한발자국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울타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늘 있었기에,
당신이 다져놓은 땅, 그 울타리 안에서 나는
아주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한겨울에도 빛을 잃지 말고, 이 소나무처럼 우뚝 서서 그렇게 곧게 자라라고!
하지만 당신이 울타리를 걷고 그 너머로 사라져갔을 때,
나는 당신의 울타리 안에 여전히 머무르며
당신을 지켜보기만 합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눈보라에 가렸는지, 눈부신 햇살에 녹아버렸는지........
누군가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늘 그리워하는 존재라고.......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그 뼈아픈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머니, 그 울타리 너머,
내가 가보지 못한 그 세상은 어떤가요?
그곳에도 봄이 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