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세상 건너갈 때
풍진 세상 사는 일이
외줄 타는 광대 놀음
부동하는 대지 위를
걷는 일도 힘겨운데
쉼 없이 요동하는
외줄 위를 어찌 갈까
누구 없나 돌아봐도
아무도 안 보이고
소리쳐 불러봐도
대답 없는 메아리 뿐
떨린 가슴 진정하고
고금을 돌아보니
외줄 인생 걷는 이가
나 혼자만 아니라지
그 옛날 정다산도
자호하길 여유당
일평생을 조심조심
겨울 냇가 건너듯이
노론의 외줄 세상
아슬아슬 건너갔지
박학의 대천재도
겨워 건넌 이 세상을
우둔한 이 내 몸이
무슨 수로 건널쏜가
허나 세상 건너는 게
지모(智謨)로만 된다더냐
용기로도 아니되고
힘으로도 아니되는
요동하는 외줄 세상
믿음으로 건너왔지
어떤 고통 슬픔이나
끝이 있는 법이라고
홀로인 듯 외론 인생
나 혼자만 아니라고
뵈지 않는 그 어디나
주가 함께 하신다고
신심 깊은 우리 선친
내게 일러 주셨다네
오늘도 귀한 말씀
마음에 붙안고서
흔들리는 풍진 세상
두렴 없이 건너가네
바람 불어 요동하는
외줄 위를 건너가네
비바람 불고 꽃 지는 봄날, 아버지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