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세상 건너갈 때 풍진 세상 사는 일이 외줄 타는 광대 놀음 부동하는 대지 위를 걷는 일도 힘겨운데 쉼 없이 요동하는 외줄 위를 어찌 갈까 누구 없나 돌아봐도 아무도 안 보이고 소리쳐 불러봐도 대답 없는 메아리 뿐 떨린 가슴 진정하고 고금을 돌아보니 외줄 인생 걷는 이가 나 혼자만 아니라지 그 옛날 정다산도 자호하길 여유당 일평생을 조심조심 겨울 냇가 건너듯이 노론의 외줄 세상 아슬아슬 건너갔지 박학의 대천재도 겨워 건넌 이 세상을 우둔한 이 내 몸이 무슨 수로 건널쏜가 허나 세상 건너는 게 지모(智謨)로만 된다더냐 용기로도 아니되고 힘으로도 아니되는 요동하는 외줄 세상 믿음으로 건너왔지 어떤 고통 슬픔이나 끝이 있는 법이라고 홀로인 듯 외론 인생 나 혼자만 아니라고 뵈지 않는 그 어디나 주가 함께 하신다고 신심 깊은 우리 선친 내게 일러 주셨다네 오늘도 귀한 말씀 마음에 붙안고서 흔들리는 풍진 세상 두렴 없이 건너가네 바람 불어 요동하는 외줄 위를 건너가네 비바람 불고 꽃 지는 봄날,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투리
2011-04-18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