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3
상처의 자리에서 진주가 만들어지듯이
아픈 기억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내가 이 사진들을 심상히 바라보며 그 때의
아픔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꿈만 같다.
인생에 영원한 사랑이 없듯 영원한 비탄 역시 없는 법이다.
숨도 쉴 수 없어 꼭 죽을 것만 같았던 절대의 고통도
지나고 나면 존재의 나무에 깃든 작은 옹이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알 속의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나가려는 기미를
어미 닭이 잘 알아채 밖에서 쪼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진리를 깨달으려는 제자와 그를 인도하는 스승의 관계를 나타내는
불교의 공안이 우리집에서는 역으로 실현되었다.
강고한 우울의 껍데기를 부수고 밖으로 나오려 발버둥치는 아픈 엄마를 위해
내 아이들은 어리고 약한 부리로 쪼고 또 쪼아 작은 빛의 구멍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을 보는 순간 엄마는 모든 것을 이길 힘을 얻게 되었다.
사랑은 무엇인가. 빛이다.
자식은 무엇인가. 빛이다.
그 빛으로 엄마가 살았고 나도 살았다.
우리 모두가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