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독
고독/배현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습니다
빈자리에 고여 있는 눈물
겨울바람 마셔 살얼음 얼어 날카롭습니다
깊어만 가는 겨울 끌어 안은
두꺼운 외투 속 심장만
숨어서 붉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칠흑 속에 갇혀 어둠만을 탓하는 영혼
사방 철조망으로 가시 돋아 날카롭습니다
차표가 없어서 못 가는 것도 아닌데
자정 지나 잠 든 철길 깨울 수 없어 못 가는 것도 아닌데
새벽녘 새벽 길 아득한 안개로 피었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습니다
혼잣말하는 바람
단풍 든 마른 이파리 두 장 사르르 내려 놓습니다
이 세상엔 오지 못할 길도, 가지 못할 길도 없습니다
누구나, 있어야 할 자리
당신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 비어 있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것은 슬픔입니다
촬영장소-선유도 공원
BGM-Silhou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