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리 소경 2
아버지의 산재사망보험금으로 대전 변두리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기까지
내 나이 스물여덟에 이르도록 우리 가족에게 내 집이란 없었다.
내가 탯줄을 뗀 시골의 오두막과 도시의 단칸방,
오후 두 시쯤에서야 보자기 만한 햇살이 들었던 습내 가득한 반지하방
그리고 한겨울 아무리 불을 때도 한기를 면하기 어려웠던 그 알량했던 독채 전세를 전전하는 동안
나는 언제나 내 육신과 맘을 편안히 누일 미래의 내 집을 꿈꾸었더랬다.
누나의 진료소가 있는 신화리에 들를 때마다 사진 속의 이 집 앞에서 저절로 걸음이 멈춰선다.
멋들어진 함석지붕을 얹은 적당히 '촌스러운' 촌집이 아직도 촌사람인 내 맘을 잡아끄는 것이다.
십수 년이 지나 일린을 시집 보내고 난 뒤 나는 이 집과 같은 곳으로 옮겨 살 작정이다.
까만색 바탕에 은색 자개로 이름을 박은 구식의 명패를 낡고 옹색한 대문에 당당히 박아 걸고서.
여름 소나기 패연히 내리는 날, 청색의 지붕을 동당거리는 빗방울 소리들은 그 얼마나 즐거운 음악이랴!
좁은 마당 한 켠에 심어진 접시꽃이 훌쩍 키를 더해 담 밖을 지나는 행인들을 넘겨다보는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랴!
2011년 2월, 아산 영인면 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