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의 정원,농장' (아버지에게 봄은 오는가?)...3 촤악~ 하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에 깜짝 내다보니 아버님이 물조리에 물을 받으시면서 연신 웃음을 지으신다. 저양반 뭐가 그렇게 좋으신거지? 당신께서 기분이 좋아도 평소 잘 티를 내지 않으시는 성격이시기에 좀 유난스러운 아버님의 모습이 계속 나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별수없이 늘어진 트레이닝복 바지 바람으로 신발을 끄집으며 나가 아버지께 물어보려던참 순간 스친 생각은'또 좀 단정하게 하고 다니라고 한소리 하시겟군'이엇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나의 그런 모습은 아랑곳 없다는듯이 노래라도 흥얼거릴듯한 아버님의 반응에 내심 다행이다 안도 하면서 무슨 좋은일 잇으시냐고 넌즈시 떠보앗다.잠시 뜸을 들이며 물이가득찬 물조리를 집어드신 아버님은 '아니다~그냥 꽃이 제대로 피엇길래 예뻐서...'라고만 말을 흘리신후에 다시 저만치로 향하신다. 그곳에는 '내 아버지의 정원' 이 잇고 '농장' 이 잇다. 그렇게 폼나는 정원도 아니고 그냥 옥상 한켠에 벽돌과 블럭 쪼가리를 주워다가 겨우 몇줌 흙을담아 나무를 심고 작고 낡은 화분들은 어디서 가져오시는지 옹기종기 몇개의 화분에 화초를 심으셧다. 급기야는 이런저런 것들을 가져다가 고추,파,까지 심으셧으니. 그것이 바로 내 아버지의 정원이고 농장이다. 60 평생을 근면 성실 정직함 그 세가지로만 살아오신 아버지에게 그것은 아버님 스스로가 용납할수 잇는 작은 기쁨이며 소일거리이자 당신 혼자서만의 사치 이신거엿다.그렇게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날들 동안 남에게 손가락질 한번 받지 않으시며 살기가 그리 쉽지 않음은 곁에서 지켜보던 내가 더 잘 알기에 그런 아버지의 정원은 내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졋다.얼마나 부지런 하시던지 나 코흘리개 시절부터 지금까지 눈오는 겨울까지도 아침일찍 일어나서 집앞과 근처 동네를 빗자루로 쓸며 다니신다.쓰레기 하나하나 분리수거 하지 않으면 당신 혼자서 아침마다 그것을 나누고 게신다.그나이가 드시도록 자식은 차를 가지고 다니지만 당신은 항상 걷거나 시내버스를 고집하셧고 철없던 나에겐 그런 아버지가 답답해 보일때도 잇엇다. 어느날 부턴가 아버지의 손과 발엔 거뭇거뭇 반점 처럼 검버섯인지 피부병 일지 모를 일들이 눈에 비춰졋고,아버님은 그것을 가족 모르게 은근히 감춰 오셧다 근래 몇년전 부터인가는 유난히 손가락을 주무르시 길래 왜인가 싶엇다.어느날 어머님 께서 나에게 이야기 해주셧다. 일종의 피부암 같은 것인것 같다고.게다가 손가락 관절염까지... 수십년을 근면과 부지런함으로 움직이시던 아버님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달햇을 진데 그 습관을 아직도 꾿꾿이 지켜가다보니 추운 겨울에도 손발은 늘 물에 젖고 락스에 세제에 시달리시니 몸은 정말 망가지실대로 망가지신 것이엇다. 아버지의 정원에선 소나무인지 뭔지 모를 나무가 몇그루 자라고 잇엇고 화분에는 몇가지 꽃나무들 사각통엔 파,고추...익숙해져 버린 내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엇지만 아침 일과청소를 끝내시고 마지막으로 물을 주러 올라오시는 옥상의 그 조그마한 정원은 분명 아버님 삶의 커다란 기쁨이엇으리라. 언제부턴가 소나무는 제멋대로 가지가 자라고 늘어지고 화분에 화초들은 말라가기 시작햇던것같다.아마도 꽤 되엇을진데 나의 무관심은 그것 마저도 쉽게 눈치를 채지 못햇을까, 이제야 생각하면 아버님도 몸을 도저히 가누시기 힘듬에 지쳐서 손을 조금씩 놓아 가셧던 것일께다.그렇게 즐거워하던 꽃들을... 어느날 아버님은 삽으로 나무 뿌리를 캐내고 톱으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하셧다 영문을 모르던 나는 마냥 도왓지만 그렇게 나무들을 다 뽑고 베어버리시고는 일부는 불에 태우셧다 이미 화분엔 꽃나무 흔적 마저도 없어진지 오래일때니 힘들게 그일을 마치시고는 정말 어둡고 힘없는 뒷모습으로 옥상에서 내려가셧다.... 당신께서는 알고계신다 보이지 않는 애정으로 기쁨으로 키워오던 그 정원을 이젠 쇠약해진 몸으론 도저히 보살필수가 없으시기에 급기야는 모두 그렇게 없애버리려 하신것이다. 밉고 보기싫어서도 아닌 보살펴줄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그렇게 어느날 아버지의 정원은 폐쇄되엇다.... 난 어쩌면 내가 책임지고 아껴줄수 없게 될지 모를것들을 당연스래 원하고 가지려한다.그러다가 아껴줄수 없게 될즈음엔 아무런 뒷감당도 하지 못한채 그냥 방치하고 버려지게 만들기도 한다. 아버님의 모습과 행동은 나를 부끄럽고 아프게 햇다. 부끄러움도 견딜수 잇지만... 그렇게 까지 즐거워하시던 것을 당신 손으로 정리하시던 그 마음... 육신이 따라주지 않기에 깨끗이 포기해야할때의 비애를 내가알까? 건강하라고 오늘도 이곳에서 인사를 하고 다녓다. 정작 내아버지의 정원은 내아버지의 건강이 무너지며 같이 무너져 갓는데. 난 내아버지의 건강을 얼마나 걱정 해보기나 한것일까... 돌이켜보면 이기주의에 제멋대로 일그러진 내가 보인다... 아버지의 정원에서 허우적 거리는 바보스러운 내가,... 아버지의 정원에 다시 봄이 오길 바라며... 사진은 사진으로만 보아야 하시는 분들은 사진만 보고 가시면 됩니다. 전 제사진에 이야기를 가지고 사진을 찍습니다. 이야기가 궁금하신분들은 사진만으론 알지못할 이야기를 보고 가주시면 됩니다. 제겐 사진이나 그림이나 모두 누군가와 교감하는 통로이니깐요... 긴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을 아껴주시길 바랍니다. 음악은 이 내용과는 다르지만 오늘 듣고 싶엇던 음악입니다.
카알
2004-01-16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