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그냥 풍경 사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남산타워의 회전식당 전망이다. 이곳은 네트워크 유기체의 중심부인 송신탑. 지난 세기 초, 라디오 송신탑 위에서 찍은 모홀리 나기는 정보산업의 가파른 상승을 인류의 진보와 연결 시켰었다. 새로운 세기가 되었지만 시작점이라기 보다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허무와 소외를 미화하긴 싫다. 타워는 고대로부터 권력의 표상. 현대의 권력은 위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우리를 우리의 이웃과 말끔하게 연결해주는 조화로운 관계들. 이제 네트워크 기술로 서로 밀착하게된 욕망들의 상호 작용. 우리가 만들어 냈으며 결국 우리를 압도하는 거인의 발 그림자. 잠시 스쳐가는 그림자로만, 광원 반대 쪽의 작은 맹점으로만 드러나는 정체.
어린왕자
2004-01-16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