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처럼..
나비였다.
밝은 태양아래
넓게 펼쳐진 초원과 한켠의 꽃밭에서
그녀석은 나비였다.
방끗 열린 꽃을 찾아 꿀을 마시고,
바람을 느끼면서,
잡으려고 다가가면 순식간에 저 멀리 도망치는
그놈은 나비였다.
그런데 작은 방에
형광등으로 빛을 밝히고
꿀대신에 설탕물 적신 화장지가 꽃을 대신하는
한켠에서는 따뜻한 인공바람이 쉴새없이 나오는
아무도 잡으려 다가서지 않는
그 작은방.
그곳에서 그녀석은 나방이 되었다.
아이들은 다가서며 나비다 나비야를 연발하지만,
형광등 바로아래 파드득 거리며 빛을 쫒는 그놈은.
설탕물 적인 화장지를 쪽쪽빨아 연명하는 그놈은.
마침내 인공흙위에서 배뒤집고 마감하는 그놈은.
그놈은 자유와 동경,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나비가 아니다.
나방이었다.
슬프고, 무섭고, 오싹한 경험이었다.
[에버랜드, Africa]
2010.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