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당신이 좋아요
내 사진에 어떤 은유나 철학적 의미는 없다.
내 사진은 그저, 지금 이 순간 사진을 보고 있는 당신, 혹은 당신들에 대한 보고서다.
이 척박하고 외로운 세계에 혹시 사랑이나 희망처럼 따뜻한 이름이 남아있다면,
상처투성이의 고단한 삶에 혹시 용서나 자비처럼 부드러운 마법이 존재한다면,
건, 아마 당신, 당신들, 당신들의 웃음, 당신들의 웃음소리 덕분일 것이다.
나는 그런 당신이 좋았다.
당신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비가 내리는 숲보다,
함박눈 내리는 밤보다,
그 어떤 아름다운 음악, 그림이나 글보다,
무 ∙ 조 ∙ 건 ∙ 당 ∙ 신 ∙ 이 ∙ 좋 ∙ 았 ∙ 다.
당신들 때문에 나는 이 세계의 싸움에 동참하고
같이 섞여 술을 마시고, 웃고, 살아 있었다.
당신이면서 동시에 나였던 수많은 분신들,
수많은 나였으나, 동시에
당신 그대로 꽃이었고, 바람이었고,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들이었고,
그 모든, 아름다움이었던 당신들.
살아있으라.
가장 빛나고 순수한 웃음을 터뜨리며
살아있으라.
살아있는 것처럼 살아
축배를 들어라.
언제나 지금, 현재가 당신의 이력이므로,
그런 당신의 현재가 곧 나의 이력이므로.
2008년 12월, 지산, 크리스마스 키스를 동봉하며
ⓒ Text & Photo by J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