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째 그래 똑같노?!' 훈민이는 태어나자 마자 여럿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다. 3분 뒤에 태어난 정음이에게 많은걸 양보했는지 몸무게도 덜나가고 호흡도 정음이 보다 약했다. 쌍둥이를 얻었다는 기쁨보다 의사가 찾아와 1번애기(훈민이를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는 호홉이 불안해서 신생아 중환자실로 가서 검사도 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폐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큰 문제가 아니라 미숙아들은 으례 하는 검사라고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신생아중환자실에 가보니 훈민이가 엎드려 있었다. 적은양도 겨우 먹고 그마저도 소화력이 약해서 점검을 하기위해 관을 꽂았다고 했다. 그 작은손에 어떻게 혈관을 찾았는지 수액바늘도 꽂혀있고... 안쓰러워 눈물도 핑돌고 가슴도 먹먹했지만 난 이제 아빠니까 그러면 안될것 같아서 참았다. 암튼 퇴원하고도 한번더 입원하고 계속 가슴을 덜컹거리게 했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서 대견하다. 이틀있으면 태어난지 꼭 한달이다. 그 한달이 내겐 몇 달 흐른것 같다. 어머니께서 훈민이를 보고 그렇게 말씀 하셨다. '우째 그래 아바이랑 똑같노?!' 30여년전 어머니도 아버지도 골골대는 아들때문에 맘고생하셨을 생각을 몇번이고 해봤었지만 지금 처럼 절실히 그 느낌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훈민이가 그렇게 아빠에게 반성과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니 녀석 참 고맙다.
훈민정음(訓民正音)
2011-01-14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