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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토악질을 하고 난 뒤에, 뒷자리로 옮겨 타고 다시 출발해야 했던 그 날의 저녁이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운전대를 잡았던 내가 결국 십분만에 출구를 찾아 차를 돌렸고,
주변이 쌔까맣게 물든 어느 동네에 굳게 닫혀있던 주유소 한 구석에 미끄러지듯 차를 세워놓고
용수철처럼 튕겨나와 눈이 내려 새하얗게 물들어 있던 길을 내 더러운 몸에서 나온 찌꺼기들로 그림을 그렸다.
작년에 내가 이렇게 아파본 적이 있던가. 라는 의문과 함께 뒷자리의 나는
펑펑 틀어져 있는 히터를 원망하며 몸을 떨고 있었다.
윗니와 아랫니가 1초에 열번씩 만나고, 손끝과 발끝은 이미 감각이 없을정도로 차가웠고,
밖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게 지나갔다.
눈물이 났다. 왜 아파야 하는가.
네가 내곁에 없어 이렇게 아픈건가.
하필 지금이어야만 했을까.
눈이 내리고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던 그때인데. 왜.
그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모텔로 들어갔을 때
방 밖의 온도와 그저 다를 바 없던, 어찌보면 더 추웠을 법한 그 곳에서
나와 같은 냄새가 났다.
더럽고, 추하고, 찢어지고, 아프고. 제대로 된 곳 하나 없는 그 침대와 불빛.
전혀 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