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치고 가는 길에 만난 바둑이 공장지대를 외로이 지키고 있던 녀석 컨 뒤에서 몰래 관찰하다가 고개를 빼고 물끄러미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도 나를 물끄러미 그늘에서 고개를 빼곰히 빼고 갸우뚱한채로 바라본다. 꼬리를 흔들지도, 짖지도 않는 녀석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렇게 서로를 관찰했다. 갑자기 녀석이 몸을 길게 빼며 꼬리를 두 번 친다. 무슨 뜻일까? 꼬리를 치다가 또 갸우뚱하고 나를 바라본다.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몇 년전 갔던 라오스에서 같이 별 보던 개와 비슷한 것이었다. 생김새도 행동도 모든게 낯설지 않았다. 왠지 녀석을 그냥 놔두고 가는게 내키지 않았다.
바람구두를 신은 긴수염
2010-12-13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