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춤
바라춤
- 신석초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려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 소리를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形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접동새, 우는 접동새야!
네 우지 말아라
무슨 원한이 그다지 골수에
사무치길래,
밤중만, 빈 달에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끊느니.
이화(梨花) 흰 달 아래
밤도 이미 삼경인 제,
승방(僧房)에 홀로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나니,
시름도 병인 양하여
내 못잊어 하노라.
(시집 {바라춤},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