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춤 바라춤 - 신석초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려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 소리를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形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접동새, 우는 접동새야! 네 우지 말아라 무슨 원한이 그다지 골수에 사무치길래, 밤중만, 빈 달에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끊느니. 이화(梨花) 흰 달 아래 밤도 이미 삼경인 제, 승방(僧房)에 홀로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나니, 시름도 병인 양하여 내 못잊어 하노라. (시집 {바라춤}, 1959)
happy林
2010-11-24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