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머니...
"야야.. 이거 좀 먹고 나가라카이.."
아침.. 난 그런 어머니 말을 무시라도 하듯이
가방하나 덜렁 매고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매일 하루의 시작이지요.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일상이지요.
그렇게 몇년째 아침을 먹지 않았음에도
오늘도 어머니는 귀찮아만 하는 내게 먹을 것을 떠밉니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날 만큼 오래된 일이지요.
내가 문득. 컸다는 것을 느낄 무렵.
매일 아침, 저녁으로 먹는 김밥과 단무지가 왜 그리 싫어졌을까요.
나는 거뜰떠도 보지 않는 김밥을 어머니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어서
싹둑싹둑 잘라 내게 떠밉니다. 나는 먹지도 않는 김밥을 말이죠.
나는 대학생입니다. 이름없는 지방사립대학교엘 다니지요.
컴퓨터 실습수업이 있는 날에는 수업을 째고 친구들과 PC방엘 갑니다.
눈치보며 게임할 바엔 그냥 PC방엘 가자.. 라는 핑계를 대고 말이지요.
할일 없을 때의 재미 없는 수업은 잠을 자기 위한 시간이고
할일 있을 때의 재미 있는 수업시간은 할일에 밀리는 뒷전이지요.
그러면서도 나는 한학기에 300만원이 넘는 돈을 등록금으로 냅니다.
점심을 매일 사먹으면서, 어차피 김밥밖에 먹을 게 없는 집에 가기 싫어
저녁엔 이 친구들 저 친구들 어울려서 술을 마시러 다니지요.
이런 아들을 두고서도 우리 어머니는 어머니 친구분들 만날때
항상 이런 말을 하십니다.
"우리 착한 아들이 이번에 말이야..." "우리 착한 아들이 오늘 말이지..."
아아. 나는 어버이날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릴 용기 없는 못난이입니다.
아아. 나는 어머니의 웃는 얼굴에 항상 인상쓴 얼굴밖에 드리지 못한
못난 자식놈입니다.
이런 자식놈을 위해. 어머니는 오늘도 밖에 나가서 돈을 버십니다.
생활고에 쩔쩔 매시면서도 그 잘난 아들놈 기 죽으면 안된다고
대학교 등록금에 용돈까지 두둑히 쥐어주십니다.
당신은. 갈증에 목이 타도 돈 500원이 아까워 시원한 음료수조차도 드시지 않으시는데
그 잘난 아들놈은 오늘도 술을 마십니다.
당신이. 돈 500원 더 벌어볼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불쌍한 표정 지을 때
나는 저 여자 어떻게 꼬셔볼까. 라는 생각만 하는 한심한 놈입니다.
사랑하는 내 어머니. 내가 다니는 등록금만 비싼 이름없는 대학교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인 줄만 아는 사랑하는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리지 못함이.
그저 부끄러움이 많은 너무 착한 아들이라 생각하는 사랑하는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손수 만든 김밥이 어머니 목에 걸려 괴로울때도
침 모아서 삼키면 된다고 물조차 사드시지 않는 사랑하는 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어머니입니다.
길에서 김밥을 파시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입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