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나날들 속절없는 나이를 더해가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 중의 하나는 너그러움일 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이며 영어학원에서 부추기는 할로윈에 동동 뜨는 아이들을 보며 맘이 영 편찮았다. 근본도 없는 양놈들 명절 따위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랴 싶은 꼬부장한 맘을 부쩌지 못하고 혼자서만 앵돌아서 냉연해 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할로윈 의상이며 소품들을 주문하고 동네 과자점에서 사탕도 듬뿍 사서 호박바구니에 넣어주었다. 생각해보면 축제의 기원이나 근본 따위가 무에 중요하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시간을 흥겹게 보내면 그만인 것을. 일린아, 너의 생을 맘껏 즐기려므나. 하루하루를 축제의 나날로 기쁘게 기쁘게 살아가려므나.
자투리
2010-11-03 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