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 13
윤석동 2004. 1. 7
점심때 먹던 꾀재재한 밥상이 그대로 널부러져 있는
거실 옆 부엌에서 아버지는 커피를 타고 계신다.
"저 커피 마실 줄 모르는데요..."라는 말이 목구멍을 간질간질 맴돌다 사라졌다.
아버지는 그렇게 크고 깊은 잔에 더운 물을 잔뜩 부으시더니
커피 5 스푼, 설탕 5 스푼, 프리마 5 스푼을 넣고 휘휘 저으신다.
내가 마셔야할 커피를 보는 것으로 나의 위장은 벌써 경련이 시작된다.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내어 아버지 처럼 후후!~ 입김을 불어가며,
소리를 내어 마신다. 커피는 참 달고, 씁고, 뜨뜻하다.
이제는 광처럼 되어버린 어둑어둑한 윤상원의 서재를 보여주셨다.
광같은 서재를 나오시다가 큰 홍시 둘을 꺼내드신다.
먹으라고 하나를 내미는 손이 참 투박하시다.
그리고는 투박한 말씨로
"다른게 아녀!~그건 참말로 민중으 자발적인 봉기였어"
"그냥 민중항쟁이제....."
아버지 저는 왜 당신이 초면의 저에게
이렇게 변명으로 말문을 여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는 늘 이렇게 자신을 변명하고 알리바이를 설명해야 하나요?
저들은 우리를 "폭도"니, "홍위병"니, "좌익"이니, "빨갱이"니
하면서 단 한마디로 간단히 규정해버리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