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빗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10월의 비공기냄새가 가득했고 거기에 치자꽃화분이 있다.
여름지나 가을인데도 꽃을 하나씩 피운다. 엄마는 아쉽다. 다 같이 안피고 하나 피고 지면 그제서야 또 피고 또 지면 그때 또 핀다고.
치자향 실컷 맡으려고 엄마한테 모처럼 부탁해서 올해 집에 들어온 아이인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엄마덕분이겠지..
나하고만 살았다면 이미 사라졌을거다. 올 여름 시작할적에 선물 받은 선인장은, 결국 잃었다.
한없이 멀게만 느껴져서 암담하던 저 순간들
깜깜하기만 했는데
이병우의 기타소리, '꿈과 스케이트'를 듣다보니 까실까실 끄나풀이 느껴졌다.
아주 작고 작고 작은 그 끄나풀이 손에 닿자 아주 미미한 안도가 일어났고 나는 그 실오라기 끄나풀을 가만히 가만히 만졌다.
그렇게 더듬더듬 이동했다. 나아갔다.
유령이 되는 길이 아닌 냄새가 나는 쪽으로 아주 조금씩 더듬어 갔다.
한기가 느껴지는 몸을 가만가만 자꾸 추스리고 안아줬다.
등을, 움직이는 그것 (아마도 기계) 한쪽에 (아마도 구석에) 잘 기대고 눈을 감았다. 냄새들이 났다. 아마도 먼지냄새 같았다.
흙냄새와 풀냄새 아니면 고대하는 나무 냄새가 나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음식냄새가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 몸에서 나오는 냄새가 그 냄새들과 뒤섞이는 것도 묘한 위로였다.
그럴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실컷 바람속에 서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랫배를 따스하게 만져주고 싶어졌다. 계속.
실오라기같은 안도감이 시작되기 직전에 저 치자화분의 꽃향기를 맡았고 고마웠다. 많이.
카메라에는 저 향기를 담을 수가 없다.
그래도 담아보려 했더니 한 컷 찍고 카메라 배터리가 나간다.
그냥 방으로 들어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