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그대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당신과 가족을 비추던 그 수많았던 탐조의 불빛이
이제 하나 둘씩 꺼져가는 듯 합니다.
그간 무람없이 불빛을 들이대던 이들은 자신의 등(燈)이
이성적 탐색과 합리적 검증을 위한 당위의 수단임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오래 전 남산의 지하실에서
피의자를 향해 비춰졌던 고문관의 불빛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사법적 절차와는 무관하게 나는 당신이
한없이 잔혹하고 집요했던 그 외눈박이 고문관들을 진심으로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쉽사리 남을 의심하고 함부로 정죄하는 동안
정작 자신의 이성과 판단 능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이 데카르트의 사생아들에게 미움이 아닌 연민한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지만 그 어떤 고통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몸서리치는 이 최대의 고통 또한 머잖아 당신의 곁을 떠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알튀세의 말처럼 '미래는 오래 지속' 될 것입니다.
수삼 년이 흐르고 난 어느 볕 좋은 가을 오후,
나는 당신이 아내와 그 어여쁜 딸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평온한 산책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에의 구름장이 걷힌 청천의 하늘에서
평화와 안식의 빛이 풍성하게 쏟아져 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