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이 레체의 거리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가녀린 빛줄기처럼
적막한 공간 틈새로 어디선가 피아노 선율이 흘렀습니다.
맞은 편 성당 계단에는
이미 그 선율에 마음을 빼앗긴 여행자 몇몇이 턱을 괴고 앉아 감상에 젖어 들었습니다.
갑자기 까르르 웃음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바라봅니다.
엄마 손을 잡고 밤길을 가던 소녀는
피아노 선율에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모두가 가만히 소극적인 감상에 젖어 있을 때,
그 소녀는 마음껏 원을 돌고 깡총 뛰며 춤을 추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려 했지만,
마치 요정처럼 소녀는 프레임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소녀의 마음, 음악의 기쁨, 환한 웃음을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진정 소중한 것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을 수 없다는 사실에
셔터 위의 손가락에서 힘이 빠져나갈 때,
지금껏 인생도 그렇게 소중한 것들은
늘 우둔한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거리의 악사의 연주가 구슬퍼졌습니다.
소녀는 계속 춤을 추었습니다.
Lecce, Italy 2010ⓒ흰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