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추억
여름 휴가 때 찾은
안동 일직의 처외삼촌댁엔
지난 해 돌아가신
삼촌의 반가운 목소리 들리지 않고
지친 선풍기만 돌고 있다.
방충망 너머의 빛과
마루의 어두움이 교차하여
이 곳에서 맞았던
많은 여름의 추억이 나의 머리를 채운다.
육안과 달리
방충망을 굴절되게 읽어내는
렌즈의 마술이
밖에 있는 사물의 호기심이 된다.
저 마당에서 발가벗고
물통에서 물장난하던 내 아들은
벌써 다음달이면 전역하는
육군병장이다.
따갑던 여름도
두 번의 태풍소식으로
맥을 잃고
벌써 추석의 설레임으로
내 곁에 가을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