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8 [산과 들은 바람에 숨죽이지 않는다] 산과 들은 바람에 숨죽이지 않는다 온 몽골이 축제로 들썩이는 7월 초순 나담으로 여름 들판은 흙먼지가 인다 온나라가 말의 콧바람으로 들뜨는 계절 4계절이 한 눈에 공존하는 고지 카자흐스탄에 인접한 알타이산맥의 정맥 몽골의 서부(Altai tavan bogd)의 대 고원 고도가 높아서 평원이지 백두산 정상이 늘어져 있는 꼴이다 저 먼 산에는 만년설이 한여름을 살고 있다 바람의 고향에서 살아남은 돌들이 이끼처럼 깔려있는 이 광활한 벌판 머리가 띵하고 눈에는 핏발이 선다 며칠을 소백사 정상 높이에서 끝없는 평원을 달리고 있는 꼴이다 돌이 바람에 닳아서 뺀뺀하고 단단하다 부스러기는 이미 다 날라가 버렸다 골체만 드러난 고원의 속살은 바람에 맞선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밤은 수컷성과 암컷성이 지배하지만 낮은 부성과 모성이 지배하고 있었다 대지는 넓게 품고 있고 산은 높게 막아주고 있다 몽골의 산은 홑산이 없다 어디를 보나 겹산으로 뒤로 뒤로 또 있다 저 산 너머 산골짜기에 해가 지면 그 너머 산골짜기에 해가 한번 더 지면 날이 바뀌어도 어스럼인 자정에 바람에 지친 몸은 또 다른 해를 보고자 침낭으로 들어간다 가쁜 숨으로 코를 고는데 자기 고는 소리는 자기가 들을 수 없다! 산과 들도 바람에 숨죽이지 않고 자기 숨을 호흡하고 있다 바람소리, 들소리, 사람소리 밤이 왔다 2004/5/24
photopro
2004-01-10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