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대로 이뤄지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재작년 늦봄이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평택에는 아직도 오일장이 서는데, 사람들 볶닦이는 모습이며 쾌적한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오종종하고 꾀죄죄한 물건 구경이 꽤나 쏠쏠합니다. 그날도 찬흠엄마랑 찬흠이를 데리고 장구경을 나섰다가 오백원을 주고 방울 토마토 모종을 하나 샀더랬지요. 집에 와서 터무니없이 큰 화분에 따독따독 옮겨 심고 이렇게 빌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우리 식구 하나씩 따먹을만큼만 열려다오." . . . . 세달 뒤에 소원은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집 토마토는 껑충한 키에 앙증맞은 붉은 열매를 달랑 세개만 달고 있더군요. 여러분 소원을 빌 때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소원대로 이뤄지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 사진을 찍고 저 녀석들을 따서 저와 찬흠이, 찬흠 엄마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눠먹었답니다. 맛은 정말 꿀열매보다 더 달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벌도 나비도 들지 않는 베란다에서 우리 식구만큼의 열매를 매달아준 토마토 녀석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올해 여름 저는 다시 토마토 농사에 도전합니다. 올해는 이렇게 빌어볼랍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 오백개만 매달아주라."
자투리
2004-01-09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