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대로 이뤄지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재작년 늦봄이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평택에는 아직도 오일장이 서는데,
사람들 볶닦이는 모습이며 쾌적한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오종종하고 꾀죄죄한 물건 구경이 꽤나 쏠쏠합니다.
그날도 찬흠엄마랑 찬흠이를 데리고 장구경을 나섰다가
오백원을 주고 방울 토마토 모종을 하나 샀더랬지요.
집에 와서 터무니없이 큰 화분에 따독따독 옮겨 심고 이렇게 빌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우리 식구 하나씩 따먹을만큼만 열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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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 뒤에 소원은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집 토마토는
껑충한 키에 앙증맞은 붉은 열매를 달랑 세개만 달고 있더군요.
여러분 소원을 빌 때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소원대로 이뤄지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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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저 녀석들을 따서 저와 찬흠이, 찬흠 엄마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눠먹었답니다.
맛은 정말 꿀열매보다 더 달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벌도 나비도 들지 않는 베란다에서
우리 식구만큼의 열매를 매달아준 토마토 녀석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올해 여름 저는 다시 토마토 농사에 도전합니다.
올해는 이렇게 빌어볼랍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 오백개만 매달아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