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향연 #1.5 (너의 뒤에서 하는 말...)
"나 사귀는 사람 생겼어.."
"어.. 그래.. 축하해.."
어렵사리 꺼낸 말이란.. 고작 축하한다는.. 짧은 말 뿐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앞에 놓인 소주를 들이켰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건. 8년전 96년 2월달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막 고등학교를 입학할 시기였다.
뒤늦은 첫사랑의 열병이. 나의 유년시절을.. 그리고.. 지금 이순간까지도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수없는 고민들과, 수없이 찢겨진 편지들..
저.. 저기요.. 라며 수줍게 건넨 편지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그녀에게 다가설려는 나와, 나에게서 멀어질려는 그녀의 실랑이로
지금까지 와버렸다.. 무려.. 8년이란 시간...
8년이란 시간동안.. 난 나를 쥐어 흔드는 그녀를 벗어나기 위해
몇번이나 발버둥 쳤는지 헤아릴 수 없다.
사실. 그녀는 아무 잘못도 한 것이 없다.
다만 잘못이 있다면... 잊혀져 갈때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는 것과
잊혀져 갈때쯤. 어떤 자그마한 사건들이 그녀를 내게 데려왔다는 것 뿐
그녀는 8년전 그때도 "그녀"였고 지금도 "그녀"일뿐..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 그녀를 "나의 그녀"로 만들었고
나는 그 환상의 늪 속에서 혼자서 허우적 거릴 뿐이었다..
이제.. 제발 그만 하자..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이렇게 다짐을 할때면
어김없이 흐르는 눈물도 반복하길 수백번..
다신 그녀를 찾지 않으리라 스스로 이렇게 다짐을 할때면
어김없이 흐르는 눈물도 반복하길 수백번..
항상 내 전화를 피하고.. 내 문자에 단 한번도 답하지 않고..
언제나 나를 피하기만 하던 그녀가...
내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같이 술을 마시는 것도 처음인데..
내 입을 감아도는 소주가.. 오늘따라 쓰디쓰다.
"나 사귀는 사람 생겼어.."
"어.. 그래.. 축하해.."
어렵사리 꺼낸 말이란.. 고작 축하한다는.. 짧은 말 뿐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앞에 놓인 소주를 들이켰다.
"그 사람과 만난지.. 오래됐어.. 올해 결혼할 거야.."
난.. 웃었다. 슬픈 미소란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니가.. 정말 축하해 줬으면 좋겠어."
그래.. 니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환상의 늪 속의 "나의 그녀"는 언제나 내 안에서 행복했으니까..
다른 게 있다면 내 안이 아닌. 네 "그의 안"에서일 뿐.
니가 행복한 건 다른게 없잖아.
사랑한 건 나 혼자일뿐.. 너는 아니란 거 잘 알아.
난 괜찮아. 니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난... 좋아.
그녀를 돌려보내고 나 혼자 마시던 술에..
내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좋은 친구로.. 좋은 누나, 동생으로 남자던
그녀의 말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처음부터 그러했듯.. 아무 것도 없었다.
또다시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그녀의 방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나무에...
난 수백개의 전구를 달았다...
그녀의 방에 불이 들어오고.. 나는 전구에 불을 켰다..
마지막 선물이야...
결혼... 축하해... 누나...
행복... 해야해...
안녕...
bgm = 서지원 내 눈물 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