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 12
윤석동 2004. 1. 7
아버지에게는 당신처럼
깊고 맑은 눈을 가진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들은 그해 5월 광주,
가장 치열한 현장에서 아버지를 닮은 그 깊고 맑은 눈을
감지도 못한채 총에 맞고, 불에 탄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날 새벽, 광주항쟁의 심장부였던 도청 건물을
끝까지 사수하다가 참혹한 최후를 맞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이 바로 그의 아들이다.
그가 흘린 그 피가 자양분이 되어
이 땅에 민주주의가 이만큼 자라났나니,
지난 망년회를 계기로 많은 것을 잊기로 작정했지만
새해를 맞으면서 나는 다시 기억해내고 다짐한다.
그리고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슬며시 뒤를 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