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 일상
처음으로 짤막하게 몇 마디 남기고 지나가겠습니다.
레이소다에 처음으로 사진을 올리는 터라 지금까지는 나름대로의 많은 선별 작업을 거쳐
작품을 올렸습니다. 다행히 추천도 약간 받았고 기분도 좋았죠. 하지만 그런 사진들이 이제는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 찍을 수도 없습니다. 제대를 했기 때문이죠.
2주 정도 지났습니다. 사회에 돌아온 지. 변한 것도 많고 그대로인 것도 많고.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사실 참 밋밋한 사진들입니다. 너무 평범한 군인들.
정확히 말하자면 의무경찰, 전투경찰들의 일상이죠.
보시는 분들 중에서 예비역 선배님들께서는 ‘나 때는 말야, 저런 좋은 시설이 아니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시며 추억에 젖으셔도 좋을 테고, 여성분들께서는 2년간 국가에 젊음을 고스란히
바친다는 게 이 땅의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약간의 생각을 해보셔도 좋겠지요.
앞으로 올릴 사진들. 그저 편하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뉴스에 자주 나오는, 방패를 들고 있는 거친 모습들만 기억하진 말아주세요.
그렇다고 이런 사진을 올리며 그런 행동들에 대해 뭔가 변명을 하거나 해명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모두 사실입니다. 보이는 그대로가 진실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해는 바라고 있습니다. 2년 2개월간 나라를 위해 한 우리의 짓거리들이 전부
극악무도한 악행이라고만 규정지어진다면… 너무나 슬플 테지요.
지금 이 시각에도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들과 방패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원치 않는 몸싸움을
벌이고 있을 대한민국 의무경찰 친구들, 제대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나는 나와 싸우는 사람들을 미워하지도 않고
내가 지키는 사람들을 사랑하지도 않는다.
-W. B. Yeats "An Irish Airman Foresees His Death"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