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두건을 쓴 소녀야
얼굴에 옷을 입는 일은 쉽지 않다
입에 두건이라도 쓰는 날엔 안심이 된다
- 누가 널 알아본다고
운동장이 일제히 나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어
저기 봐 뒷산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 안들려
사방이 시끄러워도
언제고 나를 부르는 소리는 규칙적이야
어서 입 두건을 써봐
- 얼마나 망설였는데
너의 이름을 말해봐
버버버버 버버버버
- 산은 산을 구애하나
- 산이 산을 구애하진 않을걸
우린 무엇에나 간절하지
보여주지 않으려고
- 다 보이는데
입 두건을 쓴 소녀야
네 웃음을 던져줘
널 바로 던져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