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시간.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이리와 앉으라고 해서 엉덩이 자국이 살뜰하게 나있는 비닐푸대에 앉았을 뿐이고, 먹으라고 해서 살구맛 요플레를 넙죽 받아먹었을 뿐이다. 지난 번 사진이 마음에 드셨던 모양인지, 땡볕을 피해 가게 쪽으로 몸을 돌리시며 하시는 말씀, "사진을 보니까 내가 갈수록 엄마랑 똑같아지네...이번 참에는 옆으로 좀 찍어봐~" 그래서, 역시 시키는 대로 그 자리에 앉아, 요플레를 바닥에 내려둔 뒤 옆모습을 찍어드렸다. 이 간지럽지만 단단한 느낌. 어르신과 나 사이의 작은 에너지가 지잉지잉 움직이는 것 같은 이 느낌. 돌아가신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은 밤... 콘탁스 G2
멍은하
2010-06-16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