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한이불을 덮은지 10년!! 10년 동안 생일과 결혼 기념일을 챙겨준 기억이 전무하다. 그러고보면 나는 無개념,無관심,無상식에 참 나쁜 남편이다. 마누라는 매년 새달력에 제일먼저 결혼기념일과 자기생일을 시뻘건 펜으로 대문짝만하게 표시한다. 두눈 있으면 똑바로 보라고.... 기념일 몇 일 전부터는 뭐 해줄 것인지 집요한 압력이 들어온다. 그럼 난 “여행갈까? 아니 근사한데 가서 식사나 할까?” 라고 접대용 멘트를 날린다. 하지만 막상 때가 되면 묻는 말에 눈만 깜빡깜빡, 꿀먹은 벙어리, 애궂은 신발끈묶기 등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러고 보면 난 참 나쁜 남편이다. 어느날 신문을 보니 모기업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러브레터 행사”와 함께 선정된 사람에게는 예쁜 꽃상자를 선물로 준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를 굴리고 굴려 마누라에게 편지를 써 응모했다. 몇일 후 연락이 왔다, 축하한다며 직접 행사담당자가 찾아가 꽃을 전달해 준다고.... 헉!! 세상에 살다살다 별꼴을 다 당한다. 마누라한데 그동안 챙겨주지 못한 기념일등을 잘하면 이 한방에 이벤트로 해결하겠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당일 참 이쁜꽃을 마누라에게 행사담당자가 전해주고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그러고는 내가 써준 편지를 마누라앞에서 읽어준다. 난 다른 것은 다 참아도 쑥스러운 것은 죽어도 못참는다. 읽어주는 내내 가계구석에 짱박혀 쥐구멍만 찾았다 좋아하는 마누라!! 꽃상자를 들고 세탁소 아줌마께 자랑하고 처형한테 보여주겠다며 생전 안하던 휴대폰 영상통화도 하며 꽃을 전화기에 드리대고 자랑한다. 사랑은 표현 이라 했던가!! 기뻐하고 좋아하는 마누라를 보니 그동안 제대로 표현 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그러고 보니 난 참 “막돼 먹은 남편” 이었나 보다. "폴로라이드 사진 재촬영"
OJH
2010-06-10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