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차꼬를 찬 일린
하답(夏畓-여름논) / 백석
짝새가 발뿌리에서 날은 논두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어먹었다
개구멍을 쑤시다 물쿤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그웠다
돌다리에 앉어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백석이 그려낸 이 시의 장면들은 몇십 년 전 내 유년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논두렁과 산비탈을 맘껏 내달리던 자유인 아비와 달리
막내 일린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차꼬 차고 죄 없는 수인이 되어 책상 앞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