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10, John Sullivan House, Dublin Ireland 며칠전 제의방에 무심코 들어서는데, 못보던 성모상이 탁자위에 넣여있는 것이었어요. 첫눈에도 새것은 아닌 듯 했고요. 하지만 뭔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자연스러운 표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얼마나 느낌이 좋았으면, 성물에 대한 지나친 기복신앙에 대해서 알레르기가 있는 제가, 성모님 발에 뽀뽀까지 했겠어요. 아무튼, 나중에 알고 보니 사연이 있는 성모상이었더라구요. 이야기는 원장 신부님의 누님으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누님께서 루르드에 친구와 함께 순례를 떠났고, 그때 이미 건강이 많이 좋지 않을 때였다고 합니다. 아무튼 순례중에 친구의 소개로 그곳에서 손으로 만든 이 성모상을 구할 수 있었데요. 순례를 마치고 누님 방에 모신 이 성모님상은 누님께서 편안히 임종하실 때까지 그방을 지켰다고 합니다. 누님도 침대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성모상을 높고 매일매일 오랜 시간동안 기도하셨다고 해요. 누님이 돌아가신 후에 이 성모상은 매형 침실로 옮겨졌고, 매형역시도 돌아가실 때까지 이 성모님과 많은 시간을 기도안에서 보내셨다고 합니다. 매형 역시도 편안하게 돌아가셨고요. 이후 원장신부님이 이 성모상을 보관하게 되었고, 마침 원장신부님은 더블린에서 낙후된 곳인 발리먼이란 곳의 본당에 파견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당시 그곳은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고 가난한 지역이라서 아픈 사람들도 많았고, 신부님께서 자주 병자 방문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느날 신부님께서 이 성모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이야기를 들은 환자의 가족들이 이 성모상을 빌려(!)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몸이 아프고,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의 곁을 "순례하는" 성모상이 된 것이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돌아가시는 분들의 침실에서 그분들과 함께 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보내는데 이 성모상이 큰 역활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성모상이 제가 있는 공동체에 오게 된 이유가 누가 아파서가 아니라 (아, 나 감기...), 이 성모님께서 수도성소를 위해서 각별히 함께 기도해주신다는 신심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회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입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셨다고 합니다. 그럼, 다음 행선지(!)가 어디냐고 묻자, 아일랜드 서쪽에 편찮으신 분의 집으로 가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성물에 대한 기복적인 신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신실한 마음으로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서 마음이 많이 푸근해졌습니다. 아무튼 다음 행선지로 가기 전까지, 이 성모상과 함께 저도 기도하려고 합니다.
조수사
2010-02-14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