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느니/김동환
북국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치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의 뺨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 보내느니
백웅이 울고 북낭성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 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등켜 안고 적성을 손가락질 하며 얼음벌에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최는 이방인이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짱 트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 지면서
오호,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로 가는 이주꾼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이담,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