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馬車)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電信柱)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의 벤치 우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墓地)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村落)의 시계(時計)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우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우에선
분수(噴水)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 소리.
<외인촌> -김광균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