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색깔
다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었나
한 살을 더 먹을 때 마다
한 사람을 다시 사랑할 때 마다
그리고 한 사람으로부터 돌아올 때 마다
붓끝의 색은 달라지고 또 달라져
이번이야말로 마지막 덧칠이라고
번번이 생각하지 않았나
마음의 캔버스는 그렇게 점점 진하고 두꺼워져
이제는 좀처럼 다른 색이 묻어나지도
아래쪽 깊은 곳의 색이 배어나지도 않는
조용한 단색의 그림으로 단단해져 버렸네
살아가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
그 이치가 하염없는 덧칠같은 거라면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
가장자리에 서서 바라보는 내 마음 속의 나도,
끝없이 보여지기만 하는 나도
여기쯤에서 그만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
* 강화도에서
/ Zenza Bronica SQ-Ai + Zenzanon PS 180mm 1:4.5 + Velv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