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수확한 배추를 지게에 실어나르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라 차를 세우고 다짜고짜 사진 좀 한 장만 찍게 해달라고 청을 드렸다.
다행히도 선선히 허락을 해주셨는데, 문제는 내가 봤던 그 모습이 이날의 마지막 배추 수확이었다는 것. 한쪽에 세워놓은 경운기엔 이미 더 이상 틈이 없을만큼 지게로 실어나른 배추가 꽉 들어차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려는데, 곁에 계시던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이 "아 그럼 경운기치를 다시 지게에 얹어서 밭에까지 갔다가 다시 나오면 되지" 하신다. 그렇게까지는 너무 죄송스러워서 안 된다고 사양을 했지만, 할아버지 두 분은 죽이 척척 맞아가지고는 경운기에 있던 배추를 다시 지게에 옮겨 담으셨다.
올해 일흔일곱 살이라시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력이 좋으셨던, 낯 선 아마추어 사진가를 위해 부러 배추밭까지 번거롭게 지게를 지고 왔다갔다 해주신 할아버지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