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석(문짝님)이 도예전을 하신다네요.
모세관현상을 이용한 풍란분전
2009.11.25~12.1까지
한국공예문화진흥원B1
오픈식: 늦은 5시에 합니다.
자연의 한 개체인 풍란은 사시사철 푸르다. 풍란은 보아달라고 하지 않는데 시선이 자꾸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잎, 뿌리, 꽃에 이르기까지 자기 몸 전체를 드러냄에 유혹 당한 것일까? ‘분(盆)’은 풍란에 있어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풍란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에 맞도록 기능성과 심미성을 갖춘 집을 지어 주려한다.
풍란의 재배가 어렵다고 하지만 재배환경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뿐더러 이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풍란은 보통의 난과 달리 뿌리를 땅속에 두지 않고 나뭇가지나 암벽에서 뿌리를 노출한 채 살아가는 착생식물이다. ‘풍란을 기른다는 것은 곧 뿌리를 기른다.’라는 말이 있듯 풍란에 있어 뿌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풍란의 뿌리는 공중에 노출되어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습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풍란분은 풍란이 활착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므로 분에 담긴 물을 모세관 현상에 의해 겉표면으로 흡수시키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특허품인 풍란분이 자동으로 풍란뿌리에 수분공급하는 원리는 이렇다.
풍란분의 내외측에 용융점이 높은 광물이 첨가된 슬립소지로 미세한 기공을 갖게 하여 수분을 유도할 수 있게 한다. 풍란분에 담긴 물을 모세관현상에 의해 화분 내벽의 미세한 기공을 통하여 화분상단으로 끌어 올리고 다시 화분외벽의 미세한 기공을 통하여 내려가게 한다. 이로써 풍란의 뿌리가 수분공급을 원활히 받으며 활착가능하게 하고 항상 일정한 습도가 유지된다. 또한 풍란분에 기물 형성 후 슬립소지에 금속산화물을 적절히 배합하여 시유함으로써 화분의 빛 흡수도를 높이고 흡수된 빛에 의한 풍란분의 온도 조절이 이루어지게 하는 효과도 있다.
전시된 풍란분은 기존의 풍란분과는 차별화 된 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같이 풍란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초보자에게 풍란재배의 실패율을 줄이고 전문가에게는 응용의 범위를 넓혀 줄 수 있는 진보된 기능을 가진 풍란분이라 할 수 있다.
풍란분의 외형은 물레성형에서 나오는 원형을 기본 형태로 하고 있다. 원형은 생명을 잉태한 우주적 자궁의 표상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탄생시키며 모든 것을 키워주는 신비로운 보금자리인 것이다. 현란하게 과시하는 일이 없지만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는 이 원형의 공간 속에 물질적 재료를 이용하여 한 생명의 보금자리를 지어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