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곳 북가주 실리콘 밸리가 난리다. 남가주를 여행하고 온 브랜햄(Branham) 고교의 16세 여학생 하나가 신종 돼지 독감(Swine Flu) 환자로 판명되어서, 바락 오바마의 긴급 권고를 좇아, 그 학교가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의 잠정 휴교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프면서도 지난 목요일까지 계속 등교를 했으므로, 틀림없이 전염도 했을 것이라는 호들갑이다.
연례 행사처럼 치르는 독감의 계절(Flu Season) 도 이제는 다 끝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난 2월부터 느닷없이 멕시코의 작은 농촌 마을로부터 번지기 시작한 신종 즉 A(H1N1) 돼지 독감 때문에 전세계가 엄청난 공포심에 떨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비교적 면역력이 강한 주로 25세부터 45세의 많은 청장년들이 무지하게 짧은 시일 내에 갑자기 죽어 나가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전세계로 막 퍼지고 있다. 해서, 지역 전염병(Epidemic)이 아니라 광역 전염병(Pandemic)으로 분류된다. 무지무지한 급속도다. 멕시코 중동부의 베라크루즈(Veracruz)주에 위치한 깔끔하고 번듯한 라 글로리아(La Gloria) 촌마을의 4세 소년 생존자 에드가 허난데즈(Edgar Hernandez)가 최초 감염자로 발표된 것이 고작 4월 13일이다.
불과 2주 남짓 동안의 전세계 감염자가 수천 명 수준이다. 멕시코 밖의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제대로 된 총체적 공포의 도가니다. 그래서 그런지, 신종 돼지 독감에 관한 많은 분량의 급조된 정보가 어지럽게 난무한다. 유익한 것도 있고 무익한 것도 있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상식적인 것도 있고 몰상식한 것도 있다. 참 헷갈린다. 정신을 차려 차근차근 허와 실을 따진다.
지난 4월 16일에 바락 오바마가 멕시코시를 잠깐 방문하였는데, 그당시 그를 직접 안내하면서 악수까지 나눴던 국립 인류학 박물관장이 바로 그 다음날에 신종 돼지 독감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기사는 과연 충격적이었다. 성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허나, 백악관에 의하면, 오보였다. 그 박물관장은 일주일 후에야 그것도 신종 돼지 독감이 아닌 급성 폐렴으로 타계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초기 대응 기회를 놓친 멕시코 정부의 발표도 어딘가 엉성하다. 믿음이 가지를 않는다. 최초의 진원지로서 라 글로리아 마을을 짚은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최초의 감염자로 바로 그 4세 소년을 지적한 것은 편리한 선택처럼 보인다. 지난 2월부터 마을 전체 인구 3,000명의 60프로에 해당하는 1,800명이 설사와 구토 등을 동반한 똑같은 신종 돼지 독감 증세를 앓았다.
그렇지만 오직 400명만이 의사의 치료를 받았고, 그들 중의 단하나에 불과한 소년의 가검물에 대한 검사만 미국에 의뢰했다. 이미 땅속에 묻힌 사망자들의 가검물은 아예 채취하지도 않았다. 고로, 그 어린 소년을 최초의 감염자라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그것만이 아니다. 돼지 독감이라고 명명한 이유도 석연치가 않다. 똥파리가 돼지 분뇨에서 옮겼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물론, 그 마을로부터 훨씬 북쪽에 미국의 대형 식품 업체가 운영하는 돼지 농장(Hog Farm)이 있고, 악취가 진동하는 다량의 분뇨를 그냥 노천에 마구 버리기는 한다. 지금 현재 약 56,000마리의 암퇘지(Sow)가 있고, 작년에 약 950,000마리의 돼지(Pig)를 도축했다. 허나, 미국인 농장주에 의하면, 돼지 독감에 걸렸거나 그걸로 죽은 돼지나 인부는 없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당혹감을 떨칠 수가 없다. 우선, 그 기업형 대형 돼지 농장은 그 마을에서 대략 12마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그 사이에는 3개나 되는 다른 마을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유독 그 마을에만 한낱 똥파리가 옮겼다는 신종 돼지 독감이 창궐한 것일까? 더우기, 멕시코 정부는 애초에 그냥 보통 독감이라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그 미국인 농장주도 과연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그 인물도 깨끗하지는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돼지 농장에서 나온 도살 폐기물을 아주 오랫동안 그냥 아무데나 마구 버렸다가, 지난 2006년에 미국의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무려 1,200만불도 넘는 벌금형에 대한 최종 확정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 말만 하는 믿을 수가 없는 장사꾼이다.
일설에 의하면, 신종 돼지 독감 병원체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몹시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고 한다. 엉뚱하게도 수년 전에 주로 아시아에서 만연하였던 조류 독감 즉 AI(Avian Influenza), 유럽형 돼지 독감, 북미형 돼지 독감, 그리고 공기를 통한 전염이 무척 용이한 인간 독감(Human Flu)의 절묘한 혼합체라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추론이다.
자연에서 가끔씩 일어날 수도 있는 소위 돌연변이에 의한 형성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우선, 지리적으로 서로 각기 너무 멀리 떨어진 지역에 생존하는 미세 병원체(Virus)가 한꺼번에 한군데에 모여서 섞인다는 사실도 그렇고, 그런 섞음(Reassortment)의 장을 제공하는 매개체가 있다면 무엇일까 하는 점도 의문이라고 한다.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해서,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자연 치유 활동을 하는 머콜라 박사(Dr. Mercola)는 특수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즉, 이번의 사태로 과연 누가 큰돈을 벌게 되는가를 보면 대체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한걸음 불쑥 나아가서, 실제로, 백스터(Baxter)라는 미국 굴지의 제약 회사를 지목하고 있다. 병원체를 뿌리고는 백신(Vaccine)으로 치부하리라는 음모론이다.
그 회사는 바로 최근에도 정말로 믿기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엄청난 사건을 벌인 적이 있다. 지난 12월의 일이다. 자사에서 통상적으로 개발했던 인간 독감(H3N2) 예방 주사액에 완벽하게 살아 있는 치명적인 조류 독감(H5N1) 병원체를 섞어서는 오스트리아 지사로 하여금 무려 18개국에 시치미 뚜욱 떼고 발송하였는데, 다행히도 가장 먼저 받아본 체코 정부가 산통을 깨뜨린 것이다.
약품을 받자 마자, 우선 실험실의 흰족제비(Ferret)들에게 주사를 하였는데, 거의 한꺼번에 몰살하고 말았다. 해서, 그러한 무시무시한 오류 사실을 탐지하였고, 그에 대한 국제적인 수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물론, 백스터는 단순 실수라고 발뺌을 한다. 허나, 공기 전염이 잘 되지 않는 조류 독감으로 겨우 257명만 죽었기에, 독점 개발했던 백신 사업이 엉망이 된 전력이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번 사태가 나자 마자, 마치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른 동작으로 마가렛 챈(Margaret Chan)이라는 어리숙한 것같은 중국 여인이 수장인 세계 보건 기구 즉 WHO(World Health Organization)로부터 신종 돼지 독감 백신에 관한 독점 개발 계약을 이미 따내고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는 작업에 벌써 착수했다는 점이다.
진작부터 계획했던 대로 차악착 일이 잘만 성사된다면, 즉 엄청난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엄청난 사망자들이 발생된다면, 그 회사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아주 손쉽게 수십억 달러를 챙기게 되는 것이다. 만약 머콜라 박사의 그러한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인류의 커다란 인공적인 재앙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헌데, 그 회사의 지사가 멕시코에도 있다는 사실이 웬지 자꾸 켕긴다.
머콜라 박사의 음모론 주장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종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농무성 연구 기관의 지난 2007년 12월 자료인데, 조류 독감 병원체의 유전인자가 포함된 새로운 형태의 돼지 독감 병원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돼지가 종합적인 매개체의 역할도 할 수 있기에, 인간끼리도 쉽게 전염되는 변형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담고 있다.
이번에 무섭게 퍼지고 있는 신종 돼지 독감이 알고 보면 옛날 옛적에 무지막지한 피해를 입혔던 스페인 독감(Spanish Flu) 즉 H1N1형의 직계 자손이라는 일설도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였던 1918년 3월에 느닷없이 미국 캔자스주의 라일리 요새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48명이 아픈지 나흘만에 모두 사망했다. 그래도 그 부대는 나중에 유럽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시 중이었기에 철저한 보도 통제를 가하는 와중에 그만 유럽 각지로 걷잡을 수 없이 전파되고 말았다는 비극적인 사실이다. 그러다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보도 통제가 없었던 스페인에도 전염이 되는 바람에 급기야는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해서, 스페인 독감으로 불려졌다. 당시의 전사자 전체보다도 더많은 무려 2천만 내지 1억 명이나 사망한 대참사였다.
물론, 지금보다 열악했을 사회 환경과 한참 낮았을 의료 수준으로 말미암은 결과였겠지만, 매우 놀라운 사실은 그 많은 희생자가 그 독감이 창궐하였던 단 18개월 동안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작금과 같이 주로 면역력이 강한 청장년층이 대량으로 공략을 당했다는 점도 가히 충격적이다. 기록에 의하면, 남태평양의 한적한 섬에까지도 침략했던 병원체가 거의 하루아침에 소멸하였다.
그런 미세 병원체는 어느 정도의 복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스스로 알아서 죽고 만다는 결론인가? 그럴 지도 모른다. 거의 매년 다른 독감이 유행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런데 그 한시적 생명을 가진 스페인 독감의 병원체가 아직까지도 인류의 실험실에 보관되어 있는 데에는 특이한 사연이 있다. 스페인 독감 사망 군인의 냉동 시체 피부 조직에서 나중에 채취되어 배양되었다는 것이다.
매우 놀라운 역사적인 사실이다. 독감에 걸리면 신체의 피부 조직에도 미세 병원체가 퍼진다는 증거다. 하면, 웬만한 다른 조직도 물론이다. 이번 신종 돼지 독감 사태로 말미암아 일반적으로 강조되는 주의점이 하나 있다. 돼지고기(Pork)를 완전히 익혀서 먹으면 안전하다는 경고 말이다. 바꿔 말하면, 덜 익혀서 먹는다면 감염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안심이 안된다.
해서, 전세계적으로 갑자기 지금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급락하고 있다. 요즈음, 돼지가 흔하게 걸린다는 명실공한 돼지 독감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조류 독감과 인간 독감까지 합세된 신종 돼지 독감을 말하는 것이고, 그런 신종 돼지 독감에 걸린 돼지가 발병 진원지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도통 웬 경고인지 도무지가 헷갈린다. 이성적으로 고찰한다면, 이상한 점이 보인다.
바로 그러한 맹점을 근거로, 거의 속수무책인 양돈 업자들이 한마디씩 바른 말을 내뿜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600마리를 사육하는 프랜시스 길모어는 도대체가 그 돼지 독감이라는 명칭 자체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신은 전혀 모르겠다(Where they got the name, I just don’t know.)면서 공개적으로 투덜거린다.
고국에서도 양돈 업자들의 협회에서 돼지 독감이라는 명칭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하루아침에 고국에서는 신종 돼지 독감이 SI(Swine Influenza)라고 지칭되고 있다. 조류 독감도 AI라고 부르더니, 신종 돼지 독감도 SI라고 영어로 부른다. 그냥 신종 독감이라고 해도 될 것을 왜 굳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신종 돼지 독감의 감염을 미리 예방하는 백신은 지금 현재 없다. 다만, WHO가 주관하는 맞춤 개발과 대량 생산 작업이 바로 수일 전부터 시작되었을 뿐이다. 대략 6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신종 돼지 독감의 치료제에는 타미플루(Tamiflu)와 릴렌자(Relenza)가 있다. 백신이 아니므로 미리 복용하면 예방 효과도 없고, 오히려 병원체의 약에 대한 내성만 기른다.
신종 돼지 독감의 허와 실 / Steve Kim / 2009年 4月
http://www.youtube.com/watch?v=eNS0Q-uxycA
http://www.youtube.com/watch?v=CMqYlnAiIUU
http://www.guardian.co.uk/world/2009/apr/27/swine-flu-search-outbreak-source/print
타미플루 사재기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11/10/200911100587.asp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모군이 아파트에서 투신 - 2009年 11月 14日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11/14/0200000000AKR20091114037500017.HTML?did=1195r
타미플루는 로슈사가 미국 바이오벤처 업체인 '길리어드 사이언스'로부터 특허권을 사서 생산 판매하고 동사에 로열티를 주고 있다.
전 미국 국방장관 럼스펠트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회장(97년)을 맡았던 대주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