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홀로설때가 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중 "옛날에는 세계가, 남자와 여자가 오늘날 같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남자와 남자가 또는 남자와 여자가, 그 밖에도 여자와 여자가 한 몸으로 등이 맞붙어 있어서 마주 보지는 못하고, 서로 등짝이 딱 붙은채 살아가는 세종류의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거야. 그러니까 애당초 인간은 오늘날과는 달리, 두 사람이 한 몸으로 붙어 있게 만들어졌었다는 거지. 그래서 모두 만족하고 아무 탈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하느님이 칼을 써서 그 모든 사람들을 반쪽씩 두 사람으로 갈라놓았어. 모든 사람을 두 조각 내 버렸다는거지. 그 결과로 오늘날의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칼에 맞아 생긴 일직선으로 된 흔적이 등짝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요행히 제대로 자기 짝을 찾게 되면 해피엔딩의 사랑이 되지만, 영영 찾지 못하거나 찾았다 싶어 결합했는데 아니다 싶으면 다시 영원한 이별이 된다는 그럴듯한 얘기지. 그 결과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이 있게 되어서, 사람들은 원래 한 몸으로 붙어 있던 반쪽을 찾아 우왕좌왕하면서 인생을 보내게 되었대." "왜 하느님은 그런 짓을 한 거죠?" "인간을 두 쪽으로 쪼개는 것? 글쎄,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몰라. 하느님이 하는 일은 대체로 잘 알 수가 없지. 화를 잘 내고, 뭐랄까 너무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있고 말이지. 짐작으로는 아마 어떤 벌 같은 걸 받은게 아니었을까? 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낙원추방처럼 말이야." "원죄" 하고 나는 말한다. "그렇지. 원죄"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그리고 긴 연필을 가운뎃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균형을 잡으려는 듯이 천천히 흔든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이 혼자 살아가는 것은 무척 힘들다는거야" 무라카미 에필로그중에 이문구 참 마음에 들었어 옴깁니다.
healingpaper
2009-11-01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