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겉 # 46
* 200806 최초의 침묵
" 이 세상의 모든 길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우리보다 앞서갔고 발자국이 눈에 보이도록 남아 있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바다 위에는 우리들의 침묵이 언제나 최초의 침묵이다." - 알베르 카뮈-
* 1989년 장마. 속초 바다 마을에는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이 지루하게 누워있고
멀리 바다 끝에서 부터 엄숙한 패잔병처럼 거센 비가 절룩거리며 내려왔다.
정박한 배 옆구리쯤에 자리한 조그만 여인숙에 여장을 풀고 나폴레옹 한병을 마시며 원고지를 채워 내려갔다.
빨간 공중 전화박스에서 누군가에게 아주 긴 전화를 걸고 싶은 밤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대상이 없는 그리움은 몇번의 수음으로 끝나고 말았다.(돈이 좀 있었다면 여자를 샀을 것이다.)
어느틈엔가 나는 잠들었으며 한낮에 곪아 터진 얼굴로 일어나 언제나처럼 원고지를 찢어버렸다.
전형적인 문청의 끈적끈적한 포즈. 이때를 회상하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부끄러워진다.
침묵에 대한, 이런 개지랄이라니...그러나 신물나게 그립기도 하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