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겉 # 45
*200811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간
새벽 네시의 한강 둔치 매점에서 40대 후반, 50대로 보이는 두 여인과 한 남자가 술을 마신다.
한 여자가 말한다. "바닥까지 내려가 본 년이야, 난. 병을 깼지. 정면으로 깨진 병을 드리댔지."
남자가 말한다. "김밥 먹고 싶어. 김밥 없어, 여기?"
"아까 없다고 했잖아" 다른 여자가 비명처럼 외친다.
바닥에 이르면 다시 솟아오른다는데,
솟아오르는 법을 체득하지 못해 바닥만 파고 있는 여인에게서 아쉽게도 이 말의 유효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사금파리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분노를 발견할 수 있었을 뿐.
더군다나 지금은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간이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