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가을
번암장 인근 한 집에서 마주친 어르신.
고추를 다듬는 모습이 좋아보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경계의 눈초리로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한다.
키우시는 거냐고 여쭈니 집없는 고양이인데, 몇 번 밥을 줬더니만 제 집인양 끼니 때마다 와서 어슬렁거린다고...
고추는 장에 내다 파실 거냐고 여쭈니 자식들 줄 거라고 답하신다.
"요즘 자식놈들 이런 거 챙겨줘봐야 어머니 힘드신 줄도 모른다고 하던데요" 하고 말씀 드리니 "우리 자식들은 안 그려. 엄마 필요한 거 없나 살펴서 매번 실어다 나르느라 얼마나 욕을 보는디. 우리 며느리도 시엄미를 얼마나 챙기는지 참 이뻐" 하고 답하신다.
가을철을 맞아 추수하시랴, 자식들 먹일 햅쌀이며 고추 챙기시랴,
거기다 군식구인 고양이까지 먹여 살리시랴,
그렇게 어머니의 가을은 바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