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잡아 8월 30일 밤의 산보
나는 길을 잘 외우지 못한다. 흔히 말하는 길치에 속하는 셈이다.
이유는 물론 기억력이 좋지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단 그 뿐만은 아니다. -나는 심각할 정도로 길을 외우지 못하는데 반해 내 머리가 그렇게까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걷는다.. 걷는다..' 하면서 걸어.
물론 그는 이해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바보아냐?!"하는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정말로 난 그렇게 걷는다.
종아리 근육의 적당한 긴장과 무릎에 느껴지는 기분좋을 정도의 통증과 뒤꿈치에 부딪히는 땅의 충격과 그로부터 발가락까지 전해지는 압력의 이동.. 계속해서 신경쓰이는 보폭의 조절
난 정말 길따위를 외우는데 신경쓸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