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고이 기른 아들을 빼앗긴다는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다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예전에는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들을 상대로 모진 시집살이를 시키곤 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북 김제 원평장의 한 미용실에서 마주친 할머니 한 분도 참 모진 시집살이를 당했다고 했다. "내가 키가 좀 크다 봉께 요렇게(항아리 이는 모양을 흉내내셨는데 그 모습이 재밌었다) 항아릴 이고 물을 길어오다 보면 웃문턱에 자꾸 걸려부러서 걸핏하면 항아릴 깨먹었더랬어. 먹고 살기도 팍팍한 시절에 그렇게 살림 다 말아먹는 며느리가 시엄니 입장에선 밉기도 했겠지. 그래선지 저래선지 우리 시엄니 뻑하면 나더러 '쓰잘데기없이 키만 큰 년' 하며 구박을 하는데, 어린 마음에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싶더라구." "참다 못 해서 하루는 내가 시엄니한테 따져 물었지. '어디서 난쟁이 똥자루만한 며느리나 하나 구해 불지, 왜 나를 델구 왔소?" 하고 말야. 그랬더니 시엄니가 벙 쪄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 있지, 허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먹고 사는 일이 전쟁처럼만 느껴졌던 지난 시절, 그래서 다툼도 많았고, 그래서 자식들을 위해 때론 싸움닭처럼 여린 발톱을 곤두세운채 참 많이도 싸우고, 그러나 그보다는 더 많이 아파하고 참으며 많이도 울었을 우리 어머니들...
내일바라기
2009-09-01 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