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가 된 도둑의 극히 짧은 이야기 철거. 창조와 변화를 위한 파괴 아래 흩날리는 먼지만큼 숱한 사람들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1%도 공감할 수 없는 텅빈 공터의 감정을 물씬 풍기는 용호동의 폐가. 그 문을 지키고 앉아있는 것은 도둑고양이 한마리.. 동냥과 훔쳐먹기로 짧은 평생 연명해왔을 그는 이젠 아무도 지키지 않는 곳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감정이나 시비를 따지는 마음은 없었다. 단지, 지키듯이 앉아있는 도둑고양이의 모습은 도둑고양이의 그것이 아니었기에...
cirrus
2003-12-28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