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날 우러러본 지하다방 옆 빈들교회
크리스마스 은혜롭게 맞이하셨는지요?
보내주신 성원은 제겐 너무나 큰 성탄 선물이었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지하다방 옆에 교회를 구해서 주의 사랑과 나눔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빈들교회 사람들의 지혜에 경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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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양희창 교장이 전도사로 봉사하고 있는
대구 봉덕동 남구청 앞 빈들교회는 지하 1층 화신다방 옆에 있다.
양희창 전도사는 주는 목사증도 마다하고 마루바닥에 앉은
자세로 말씀을 전례하고 계신다.
그의 설교에는 세상을 아우르고 교파를 뛰어넘고도 남을 깊은 울림이 있었다.
잘 준비된 설교는 짧았고 대신 나눔의 시간은 정들기 알맞게 길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빈들교회 성도들은 칠성동 쪽방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밤 10시가 넘어 인간의 자리가 아닌, 말구유에서 사람의 아들로 오신 예수께 경배했다.
예배를 마친 뒤에는 떡국 한 그릇을 진수성찬처럼 놓고 예수성탄의 기쁨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록도 봉사 20년에 빛나는 섬김의 참길 교회이다.
거리에서 빈들로! 빈들교회 사람들은 낮은 자리로 흐른다.
지하교회에 옹기종기 모여 지상을 꿈꾼다.
빈들교회는 이름만 떠올려도 군침이 돈다.
밥 안주는 교회에는 헌금말라!
누구의 헌금으로 준비한 땀흘려 차린 음식인지 몰라도,
빈들교회는 주일 점심을 거르지 않는다.
한끼 밥이 있는 빈들로 가자! 거기에 생명의 양식이 있나니!
우리동네 목사님은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치는 양희창 전도사님이시다.
빈들은 갈등하는 신앙생활의 대안학교인가 보다!
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장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