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예의 얼마 전 전북 부안에 있는 곰소염전에 갔었습니다. 갑자기 염전 사진이 땡겨서요. 마침 작년에 작은 인연이 있어 그곳 염부님 두어 분과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 터라, 시원한 캔맥주와 음료수 몇 개 들고 찾아 갔습니다. 소금농사라는게 보통 30도 넘는 땡볕 아래서 하루 종일 매달려 하는 거라 시원한 마실거리가 반갑다던 한 염부님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까닭입니다. 어줍지 않은 인연을 빌미 삼아 반갑게 아는 체를 하고, 이런저런 대화 끝에 마침 소금 거둘 시간이 돼 염부님은 작업을 하고 나는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무리의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몰려 왔습니다. 그러더니 인사말이나 양해 한 마디 건네는 법 없이 작업 중인 염부님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하더군요. 어쩌면 앞서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걸 보고 이미 양해를 얻었다 싶어 그 부분을 생략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인사 정도, 양해를 구하는 말 한 마디쯤은 했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몇 장 더 찍다 보니 정말 황당하게도 그 중 한 사람은 "거기서 잠깐 멈췄다가 이쪽 방향으로 이렇게 좀 해주세요" 하고 염부님께 요구를 하는 게 아닙니까. 자기가 돈 주고 데리고 온 모델로 착각이라도 한 건지 원...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건 사진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일 겁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요란을 떠는 사람들을 보면 문득문득 화가 나곤 합니다. 특히 앞서 말한 염부님의 사례에서처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집에 두고 온 사람들을 보면 더 화가 납니다. 사진을 즐기는 건 좋지만 예의는 좀 지켜가면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무리의 사진가들과 마주하기 전 또 다른 카메라를 든 사람 하나가 염부님들이 사용하는 수도 호수를 슬그머니 가져다가 자기 차에 묻은 먼지를 씻어내는 모습을 보고 난 뒤라 더 감정이 안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염부님께선 "벼룩이 간을 내먹는다"며 혀를 끌끌 차셨는데, 카메라를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과 동격이 된듯한 느낌이 들어 내가 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겠더군요.
내일바라기
2009-07-10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