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그 바닷가 새카만 풍경의 밤 기차도, 푸르스름한 여명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도, 하늘과의 경계가 희미한 바다도, 내 고민이나 걱정을 덜어주진 않았다. 마음 속으로 수만 번 소리쳤지만, 날은 점점 밝아오고, 파도는 여전히 높고, 바다는 희미한 화이트 노이즈만 내뿜었다. 난 뒤돌아서 도시로 되돌아왔다. 바다는 처음처럼 그곳에 남아있다. 아직도 파도가 치고 있겠지. 괜찮다, 괜찮다. 자연의 웅장함에 내가 작아지지도, 영화에서처럼 가슴이 뻥 뚫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괜찮다. 바다가 있다. 나는 이곳에 있다. 당신은 그곳에 있다. 괜찮다, 괜찮다. 아직 살아있다. 아직 파도가 친다. 끊임없이, 당분간은.
초유아정
2009-05-31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