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픔을 참을 줄 몰라 #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 가을 생각이 난다. 지금이 가을이었으면 곧 겨울이 올텐데 하고 있다. 올해 장마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더워질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날이 서늘해지고 찬 바람이 불고 곧 눈이 내릴 것이라 생각하며 올 겨울에도 강원도로 도보여행을 가야지 하고있다. 찬 겨울엔 가만히 있으면 점점 몸이 굳어버릴 것 처럼 바람도 공기도 차갑기 때문에 계속 걷고 또 걷는데 아주 탁월한 기온이지.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을 떠올리며 하-아. 하-아. 하고있다. 내가 기억하고 생각하는 모든 장면속에 나는 몇 %나 자리하고 있을까 그 주변에 너는 또 몇 %나와 있을까. 나는 궁금해진다. 지금의 나는 형체를 알 수없는 이상한 슬픔에 내일은 다음 달은 내년은 내가 살아있긴 할까 살짝 의심도 하게 되고 그렇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멀리 갈 수있을까. 아무도 내 이름을 몰라 나를 부를 수 없는 곳으로 정녕 그런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의심의 여지없이 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있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닐까 싶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을 많이 바란다고 여겨지게 되다니 이런 내가 좀 가엽다. 그래도 괜찮다, 오래가지 않을테니까. 오래가지 않는다면 금방 어디든 주저 앉아서 손을 내밀거나 발을 쭉 뻗고 징징거리고 있을테니까. [중략]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는 너무 슬프다, 엄마는 유월을 좋아했다. 좋아했을거야, 그 싱그러운 유월을. 지옥같은 4월, 5월이 지난 유월이 되면 나도 좀 즐거워질거야. 아무렇게나 살면 어때 좀 그래도 될거야. 아무렇게 살다가 정신차려보면 시간은 훌쩍 흘러 나는 늙어있겠지. 그런데도 괜찮아. 아무렇게 살지 않는다해도 모든 건 아무렇게 흘러가고 있으니 그냥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야. 갑자기 안산도 가고싶고 수원도 가고싶다. 내가 옛날에 살던 곳들이 그리워진다. 나의 집이 있었던 그 곳들을 다시 한번 순회하고 싶다. 집을 갈망하던 내가, 한참을 걸려 돌아갈 수 있었던 곳들. 이게 무슨 일기인가. 괜찮다 정신이 혼미하니 이러한 일기도 괜찮다, p_200904_14, 광명 w_20090525_좀그래도된다 일부 ※ 그런데, 썸네일이랑 클릭한거랑 뭔가 사진이 달리지는 기분이다. 사진과 나는 슬픔을 참을 줄 몰라와, 좀 그래도 된다라는 일기 전문을 어색한 줄 알면서도 하나에 올렸다. 올려놓고 보니 좀 이상하다 느껴지지만 뭐, 괜찮다. 좀 그래도 된다. 그러니까, 썸네일 이미지는 좀 맘에 안 든다는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지만 말이다. 나는 오늘 또, 말이다를 반복하고 남용하고 있단 말이다! 아아 내가 그토록 끔찍하게 생각하는 말이다병. 모든 말 끝마다 말이다를 붙여야, 말을 하고 있다고 자각하는 참 쓸데없는 ㅂ 암튼 슬픔을 참을 줄 모르는 내가 오늘은 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날이다, 음력 5월 6일이다 음력 5월 6일은 우리 엄마 생신. 산에 찾아가서 절도 하고 국화도 내려 놓고 술도 따라줘야하는데, 응. 그런데 나중으로 미룬다. 다른 날에 동생하고 같이 갈게, 라고 말하며. 그리고 오늘은 경복궁에서 영결식이 있다. 그곳 또한 갈 수없는 나는, 나중으로 다른 날로. 그래서 그렇다! (※은,20090529)
진소흔
2009-05-29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