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슴에 당신을 묻는다
나의 가슴에 당신을 묻는다
당신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나는 그때처럼
여의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팔짱을 끼고 기꺼이 드러눕겠습니다.
당신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20년 전 묵은 노래라도 꺼내어
나는 기꺼이 민주주의를 목 놓아 부르겠습니다.
정녕 당신이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때처럼
가슴 속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서러움의 눈물이라도 흘리겠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눈물이 더 눈 속에서만 맴돕니다.
눈물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눈물을 흘려도 보아줄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노래는 그저 공허한 가락이 되어
가슴 속에서만 터질 듯 반복됩니다.
목 놓아 민주주의를 불러도
들어줄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분노는 촛불이 되어 타고, 또 타도
이 밤을 밝히지 못합니다.
그 환한 밤길을 이제는 걸어갈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실 거였으면
그 강직한 목소리라도 들려주지 말지,
그 환한 웃음 보여주지나 말지,
내 마음 속에
희망만 풍선처럼 부풀려놓고 가십니까?
이제 희망은 꼭지 풀린 풍선이 되어 핑핑거리며
너저분해질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더 듣고 싶고,
보고 싶고,
말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듣지도, 보아주지도, 돌아오지도 않을 것을 알지만
드러누워 눈물 흘리며 불러봅니다.
아, 민주주의여!